이야기/미술과 인물

만 레이(Man Ray) - 사진을 찍는다가 아니라 그린다

이동권 2024. 4. 14. 04:38

만 레이(Man Ray)의 작품 르 비올롱 댕그르 ⓒ서울시립미술관


봄이 되면 생각나는 사진작가가 있다. 미국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만 레이(Man Ray, 1890∼1976)다. 그 당시 경매가가 어마어마해서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만 레이의 작품 '르 비올롱 댕그르(Le Violon d' Ingres)'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2022년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천240만달러(약 159억2천78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르 비올롱 댕그르'는 나체 여성의 사진 위에 바이올린 에프홀을 그려 넣고 다시 사진을 찍어 인화한 작품이다. 사진 속 여성은 만 레이의 애인이자 모델, 화가 등으로 활동했던 알리스프랭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고전주의 화가인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을 오마주했다.

만 레이는 사진을 찍는다가 아니라 사진을 그린다는 개념을 넣어서 사진이 독립적인 예술 영역으로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록의 도구 또는 르포르타주의 수단으로만 인식되던 사진을 새로운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것이 가장 큰 그의 업적이다. 

그는 화가 출신 사진작가다. 전시회 카탈로그를 만들려고 작품 사진을 찍다가 사진계에 입문해 유명 사진작가에게 사사를 받았고, 독창적인 기술과 예술성으로 사진과 그래픽 디자인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며 미술계와 사진계에서 동시에 명성을 얻었다. 

만 레이는 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으며, 1920~1930년대 일어난 다다이즘, 쉬르레알리즘 운동의 중심인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