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8. 27. 12:43ㆍ책/칼로 새긴 장준하
장준하 일행이 중앙군관학교를 나선 지 닷새 후 새로운 식구가 합류했다. 일본군 점령지역에서 조국 독립을 도왔던 사람들이었다. 장준하는 힘겨운 여건에서도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이들을 환대했다. 그 어떤 보상도 모자랐다. 지금으로서는 이들이 충칭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장준하의 가슴 한편에는 근심이 하나 더 늘었다. 이들이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충칭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들었다. 이들이 입은 옷은 동복이 아니었다. 한랭한 바람이 그대로 피복을 파고들 만큼 얇은 옷이었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속옷을 여러 벌 껴입었지만 제대로 된 동복을 대신하긴 힘들었다. 게다가 아이들이 있었다. 평상시에는 서로가 보모 역할을 해주면 됐다.
문제는 일본군 점령지역을 지날 때였다. 적들의 공격에 노출되기가 쉬웠다. 아이들은 아무리 입단속을 시켜도 울음을 터뜨릴 수 있었고, 만약 일행이 발각돼 재빨리 도망쳐야 할 때 어른들이 품에 껴안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일행 앞에는 일본군이 점령지역인 평한선 철도가 가로막고 있었다.
일본 제1군은 평한선 철도를 따라 남하해 보정에 주둔한 중국군을 공격했고, 제2군은 진포선 철도를 따라 남하해 창현을 점령한 뒤 석가정을 점령했다. 석가정은 평한선 철도의 교차점이었고, 인력과 물자가 모이는 주요 군사 요충지였다. 중국군은 일본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평한선과 진포선 철도를 중심으로 반격을 전개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중국군은 평안선 철도를 포기하고 임분으로 후퇴했다. 임분은 험준한 산악지대라 일본군도 추격을 멈췄고, 평안선 철도 일대는 1945년 일본이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일본군의 점령지였다.
장준하는 생사화복을 하늘의 뜻에 맡겼다. 용기와 의지만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일본군에 입대하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사선을 넘나들었다. 그럼에도 어디 하나 다치지 않은 몸으로 충칭을 향해 가고 있었다. 거기에는 열원했던 조국 독립이 있었다. 반드시 그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늦게 합류한 부부들과 아이들을 티 나지 않게 보살폈다. 너무 잘해줘도 부담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라는 것을 이들도 잘 알았다.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는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눈을 떼지 않았다. 사소한 사고가 일행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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