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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뉴스 동동/기타

[책] 소외된 이들이 사는 산동네 이야기, 명희진의 장편소설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

 


명희진의 장편소설 『토성의 계절에 그 아이들은』이 출간됐다. 명희진은 송하경이라는 필명으로 제1회 민중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1980년대 후반 재개발 폭풍 속에 휘말린 산동네가 배경이다. 서울올림픽 개최 이면에는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이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다. 지난 장마로 화장실이 무너진 산동네 꼭대기 집에 살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인 ‘나’와 ‘수현’이다. 낮을 관리하는 ‘나’와 밤을 지배하는 수현은 서로가 놓친 시간을 이어 가며 산동네의 풍경을 기록한다. 

아이들은 철거의 위협이 일상이 된 골목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견디는 이웃들을 목격한다. 폐병을 앓으며 시간을 죽이는 ‘철학자’부터 온도계 공장과 봉제 공장에서 수은 중독과 과로에 시달리는 ‘미녀’, 다방에서 일하며 폭력에 시달려 온 ‘선미’, 전쟁 트라우마로 미쳐 버린 ‘광민’까지, 소설은 기록되지 못한 역사의 행간에 머물던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복원한다.

나는 어떤 역사는 굳이 기록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산동네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 대부분이 그랬다. 우리는 상처받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부서지고 던져지고 잊히는 것—그건 우리의 몫이었다. 우리는 결국 우리가 겪은 일들을 잊을 거다. 아니, 우리는 잊히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 소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