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미술과 인물

우상린 '고요한 찰나'전 - 성찰이 주는 오늘을 사는 힘

이동권 2022. 10. 7. 21:16

畢業照計劃 2, Project of Graduation photos 2 Part2, 36x40.5cm, Installation View ⓒ스페이스오뉴월


전적으로 시인한다. 오해를 무릅쓰고 얘기하지만 우상린 작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눈을 감은 사람들, 같은 장소에서 찍은 인물 사진들 등을 보면서 왜 그런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진을 조망해보니 느낌이 달라졌다.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혼자 혹은 여럿이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모두들 눈이 감긴 채 찍힌 사진 한두 장은 있을 것이다. 이 사진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순간을 보게 한다. 우리는 항상 눈을 뜬 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눈을 깜빡이고 있다. 우상린 작가는 그것을 의식하게 만들면서, 행여 몰랐거나 애써 외면했던 자신을 살펴보는 ‘성실한 성찰’을 권한다.

우상린 작가는 사진 속 인물의 표정과 말을 삭제하고 말보다 더욱 강한 메시지, 혹은 커다란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소리 없는 이미지를 통해 우리 삶의 근원과 우리 삶이 만들어 내는 형식을 ‘고요의 찰나’로 표현했다.

우리는 잘 때를 제외하고는 눈을 지속적으로 감지 않는다. 의식이 깨어 있는 동안 눈을 감는 일은 지극히 드물다. 그래서 눈을 감는 행위를 이성적으로 제어하면 특별한 행위가 된다. 이를 테면 죽은 이의 평안을 기원하는 묵념 같은 경우다. 우상린 작가는 사람들에게 눈을 감게 한 뒤 사진을 찍고 인터뷰했다. 일종의 자아 탐구다.

반대로 눈을 감는 행위는 자아의 과잉을 억제시키는 성찰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사람들은 본능이나 욕구, 욕망 같은 성질의 것을 채우기 위해서 갈구하고 취한다. 하지만 채우면 채울수록 더욱 큰 것을 탐하게 돼 있어 결국은 영영 채우지 못하고 만다.

눈을 감은 채 자신을 거울처럼 반사해보면 채우지 않아도 되는 해법이 나온다. 어떻게 자신을 다스려야 하는지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쌓이다보면 개인의 역사가 만들어지고 지혜도 얻게 된다. 물질문명에 살고 있는 인간은 스스로 자아의 과잉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눈을 감고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세상이 너무 빠르고 각박하게 돌아간다.

 

畢業照計劃 1, Project of Graduation photos 1, 58.5 x 44.5cm, 2009 ⓒ스페이스오뉴월

 

畢業照計劃 2, Project of Graduation photos 2 Part2, 36x40.5cm, Installation View ⓒ스페이스오뉴월